마르쉐@ 장을 보려고 엄마와 혜화동에 갔다.이곳은 엄마와 가야지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유기농, 손수 만든 물건, 아름다운 미술관 앞, 창의적이고 착한 이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
1년동안 아껴둔 곳이다. 한 달에 한 번, 둘째주 일요일이라는 시간을 맞추고 방문하기는 어려웠다.
첫 발걸음에는 한껏 부푼 마음과 불안함이 서렸다. 조용한 아르코 미술관 앞 광장이 내 가슴을 더욱 조렸다. 다행히 노랗고 파란 천막 아래가 시끌벅적했다. 유칼립스 꽃과 식물이 담긴 화분들이 나를 반겼다. 하지만 3월 초순이었고,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 칼바람은 여유로운 장보기를 재촉했다.
가지런히 나열된 물건, 채소, 과일, 음식들은 내 눈과 마음을 호강시켰다. 가난한 월급쟁이 딸은 정성스레 말린 과일이며, 100% 면 생리대, 비단?으로 만든 아이폰 케이스, 래디쉬, 비건 채식 케이크 모조리 사고 싶었지만 달랑 아카시아 효소를 샀고, 엄마가 예전에 만든게 저 아카시아 효소야 라면서 단 돈 삼천원 주고 사는게 아까워하는 엄마는 바다 마을에서 올라오신 아주머니가 파는 해초와 달디 단 유기농 사과 두 알을 샀다. 이렇게 끝이 난 장보기였지만 너무나 착한 도시형 음식 장터가 우리나라에도 생겼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하와이에서 들렸던 파머스 마켓이 생각도 나고, 유럽을 연상케 하는 낭만이 서려있어 남는 거 없다는 이 장터가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란다.
돌아오면서 우리도(사실은 엄마가) 효소랑 과일 말리는 거 잘하니깐 한 번 팔아볼까? 재밌잖아 어때? 하며 엄마를 꼬셔보았지만 뭣하러 팔어 우리가 만들어서 우리가 먹으면 되지 라는 말만 돌아 올 뿐이었다. 이 장터는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잘 운영해주기만을 바라지말아야지. 매달 꾸준히 장을 보러가서 많이 사고, 소통하고, 즐기다가 꼭 머리 굴려서 멋있고, 건강하고, 즐거운 거 파는 사람이 되어서 일조를 해야겠다. 반드시!
3월이었고, 매서운 꽃샘추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