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산문,
4학년 때 진로 문제로 담당 교수님과 상담을 하다가 추천해주신 책이 바람을 담은 집이다.
전공이 실내건축인데,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말하는 게 기특했는지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라면서, 에세이 중에서 이것만한 것이 없다며 추천해주셨다.
나는 이 작가를 원래 알고 있었다. 2010년 신문 칼럼을 통해서 였는데, 낭만을 선사하는 나라, 프랑스 문학 교수라는 점이 나를 잡아 끌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의 명쾌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 때 우리나라 도서관과 프랑스 도서관의 질서와 체계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그의 글이 단박에 마음에 들어 몇 개의 칼럼을 찾아보곤 했는데, 어리석게도 책까지 찾아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계기로 그가 수많은 수필집과 산문, 기행을 집필하고 프랑스 문학을 번역한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사재기 했다.
그리고는 이것 저것 살펴보기만 하다가 아직도 제대로 읽은 것은 알제리 기행이고, 그 다음이 바람을 담는 집이다.
그의 감수성은 우리나라 문학을 바탕으로 프랑스를 넘어가 카뮈의 문학을 만나면서 숙성된 것이리라 본다.
그가 간간히 말하며 카뮈를 인용하는 것을 보면 그가 카뮈에게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삶에 대한 적적함과 허망함을 느끼는 동시에 뭔지 모를 차오르는 벅참을 느꼈다.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여운이 남아있다.
그 담담하게 내뱉으며 세상의 부조리함을, 커다란 일에 초연한 주인공이 내 모습이길 바랬다.
그 반대기에 이끌려, 아직도 생생하게 이야기가 생각난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가 왜 문학을 시작했는지에서 부터
프랑스 문학의 발전의 시조는 누구였는가 부터 우리나라 책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까지.
영화와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눈 여겨 볼 만 했다. 이 부분에서 왜 책이 바람을 담는 집인지 알게 되었다.
화가의 그림을 찾아 봤는데 동양화의 수묵화와 현대 미술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화합이 군더더기 없이 깨끗했다.
그가 수백 편의 프랑스 영화를 보며 불어 공부를 했고, 수 많은 글을 썼다는 것을 보면 어디서 이런 내공이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그가 갖고 있는 무한한 애정과 열정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가 그려내는 '연인'에 대한 감상문은 내가 봤던 '연인'과는 달랐다. 이렇게도 애잔했던 영화인가 , 감상만 읽었을 뿐인데
마음이 촉촉해졌다. 다시 책을 꺼내서 읽고, 영화를 돌려봐야겠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그 분위기를 유심히 관찰해봐야지.
프랑스라는 곳이 더 궁금해지고 꼭 다짐하게 된다. 흐리멍텅하고 칙칙해도 달끈한 냄새로 날 설레게 할 것 같다.
그가 집필하고 번역한 책이 쌓여 있다. 아직 이 두 권으로는 그에 대해 모르는게 많다. 다 읽고 나서는 빠리로 향하는 티켓을 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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