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행을 준비할 때 어떻게 할까? 아마 여행을 할 때마다 거의 모든 정보를 네이버에서 수집할 것이다. 어떤 도시를 검색하면 천편일률적으로 꽤나 비슷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걸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블로그에 나온대로 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엄습했다. 솔직히 그런 곳에 다녀오면 실망하는 경우도 꽤나 있었다. 허나 이런 행동을 쉽게 끊어내지 못한다. 여행하는 동안 그걸 해내야하는데 하지 못하면 초조했고, 다 해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도 생겼다. 이번 삿포로 여행을 통해서 뭔가 엄청난? 깨달음을 얻고 왔다. 내가 계획에 세운 곳은 어딜가나 한국인이 많았고 줄도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이게 바로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가진 블로그에 영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그런 곳이 다 맛있거나 대단한 곳은 절대 아니다.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어하던 내가 왜 나도 모르게 한국인처럼 여행하고 싶어하는 걸까? 나도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남들이 하면 다 따라 해야하는 습성이 있다. 어떤 브랜드가 한 때 엄청나게 유행하면 다 거기만 몰려서 간다. 특히 요즘 오랫동안 인기가 많은 노티드 도넛이 한 예이다. 솔직히 맛있기는 하나 그렇게 줄을 서가면서 그 돈을 주고 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패키지도 예쁘고 사람들도 많이 좋아하니까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고 꼭 가서 맛을 봐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 말고도 대만 카스테라, 찜닭, 로제떡볶이, 시카고 피자 등등 이게 다 한때 유행이다가 사라진 히트 메뉴들이다. 지금은 인생네컷이 여기저기 생기는데 2, 3년 내에 다 사라질듯 하다.
이런 건 왜 그런것일까?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아닐까? 솔직히 일본의 교육이 우리나라로 넘어 온 것이지만 일본은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한다. 오타쿠, 코스프레 등이 발전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도 다양한 잡지들이 출간된다. 보는 사람이 있으니까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들의 문화가 다채롭고 다양한 브랜드가 계속 인기가 있고 살아남는 것도 각자 사람들의 취향이 다르고 그것을 소비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많이 본 브랜드가 원래 한국에도 있었지만 이제 더이상 사라진 점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미스터도넛, 모스버거 (별로 인기 없음) 니코 앤드, 프레시버거, GU 등 이외에도 많은데 포부있게 들어온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어서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3일까지는 네이버에서 나온 대로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3일째 비에이 투어를 다녀오면서 느꼈다. 멋있는 광경을 관광하는 것도 좋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저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온 것 같았다. 포토 여행 투어에 내가 이런 큰 돈을 투자했다는게 뭔가 허무했다. 굳이 일본에 와서 한국 사람들과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패키지투어를 하며 똑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역 앞에 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꼭 먹었고, 후라노 병우유가 유명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고 못사서 안달난 모습이 전부 다 똑같았다. 그때 뭔가 머리에 망치가 한대 툭하고 치는 것 같았다.
또 비에이 투어 직후에 남친이 묵은 에어비앤비 숙소 일본인의 초대로 로컬들만 가는 이자카야를 갔다. 이렇게 로컬들에게 인기있는 곳에 가니까 블로그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이고 특별한 이자카야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또 일본에 와서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우리나라 문화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진짜 여행이 아닌가? 이렇게 또 다른 일본인 친구들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큰 깨달은 얻은 다음날인 마지막날에서야 나름 현지인다운 여행을 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한국인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뭔가 더 새로웠고 나만의 여행을 하는 것 같고 나다움을 느꼈다. 일단 네이버에 검색 자체를 하지 않았다. 구글맵에 먹고 싶은 메뉴를 검색하고 현지인들이 써놓은 평가만 보았다. 그리고 점심 식당, 카페, 저녁 식당, 이자카야에서 한국인은 커녕 어떤 투어리스트도 만나지 못했다. 로컬 음식점에 갔더니 가성비가 좋은 최고의 소바를 맛볼 수 있었고 그들은 요즘 주로 큐알코드로 주문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러면서 새로운 일본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당연히 나도 한국인이라서 한국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나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게 절대 정답이 아닌데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흡사 성인이 되면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취업해 래미안 아파트 한 채을 대출 받아서 산다. 카르띠에 결혼반지를 맞추고 아무리 봐도 다 똑같이 보이는 웨딩사진을 찍고 아이를 출산하면 영유를 보낸다 등등과 같은 우리내의 삶과 닮지 않았나? 이런 삶을 싫어하는 내가 여행은 전적으로 이런식으로 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나를 놀라게 했다. 이제 앞으로 해외여행은 뭔가 다를 것 같다. 나를 더 탐구하고 알아가며 그 나라 현지인의 삶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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