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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삶은 버찌,

일드 오늘 회사 쉬겠습니다

by 라샐리 201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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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를 좋아한다. 분기별로 찾아서 보는 것은 아니고 '아 맘 편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기면 어김없이 네이버에 일드를 검색한다. 분기별로 잘 정리된 목록을 보고, 바로 구미가 땡기는 제목을 몇개 선정한다. 몇명 알지 못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는 배우 이름이 나오면 믿고 본다. 그리고 이내 빠져버린다. 연속 2번 보지 않는 것은 그후로 보지 않는 드라마가 된다. 6년 간 꽤 많은 작품을 본 것 같다. 아마 2008년, 2009년에는 운동을 하며 미친듯이 돌려봤다. 일본이 좋았고 마냥 빠져있었다. 서양골동양과점, 프로포즈 대작전, 꺾이지 않는 여자, 결혼하지 않는다, 리갈하이, 비저비트, 드래곤 사쿠라, 런치의 여왕, 솔직하지 못해서, 라스트프렌즈, 심야식당, 젊은이들까지 생각나는 것만 나열했는데 이외에도 꽤 있다. 일드는 한 분기 10부작으로 구성되어있어, 10시간만 투자해도 한 편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일본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딱 세가지이다. 첫째는 일본의 생활 문화를 속속히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그들의 문화를 직접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특히 코타쯔에 들어가서 맥주를 캬캬 하며 먹는 문화는 너무 매력적이다. 둘째는 드라마 매회마다 동화같은 교훈을 준다. 다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예상치 못한 과정 하나 하나에 아!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착한 교훈말이다. 이 교훈은 생각보다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요즘에 한국에서 일본 드라마를 소리 소문없이 리메이크하여 제작하고 있는데, 별 감흥이 없는 것을 보면 두번째 이유는 이유 척도 10에서 2정도만 차지하는 것 같다. 세번째는 일본어다. 모든 언어에는 각기 나름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유독 일본어는 반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과 억양이 참 매력적이라는 것 때문에 유난히 일본어를 좋아한다. 정말 마스터하지 못하고 그냥 이 수준 상태로 머물고 있는 것이 아쉽지만, 확 파기가 힘들다. 서른이 되기 전에 파고 싶다. 일본어 공부를 겸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일드를 찾는 세번째 이유다.


지금 한창 보고 있는 드라마는 '오늘 회사 쉬겠습니다'이다. 정말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 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거기다 주인공은 아야세 하루카.. 대박 드라마 하나 찾았구나 싶었다. 그녀의 연기력과 미모는 여전히 대단했다. 드라마 내용 때문에 호타루의 빛이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약간은 다른 설정이기에 볼만했다. 현재 5회 방송했는데, 이틀만에 5회를 전부 다 봤다.보면서 물이 섞이지 않은 맥주 클라우드를 한병씩 한병씩 마셨다.ㅋㅋ여튼 남은 5주동안 한주 한주를 또 어떻게 기다리나... 


내용은 이렇다. 서른 전까지 남자 한번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던 여자가 서른번째 생일 이후에 무려 아홉살 연하의 남자와 사내 연애를 시작하는 내용이다. 처음으로 외박을 하고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은 것때문에 10년만에 회사를 쉰다. 그래서 오늘 회사 쉬겠습니다가 제목이 된 것 같다. 대단한 포착 능력이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이지만, 그녀의 조심스러워하는 모습, 사랑에 폭 빠져서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어찌나 내 모습 같은지. 여자들은 다 똑같구나. 라고 새삼 느꼈다. 남자가 먼저 라면을 먹자고 불렀는데, 계산을 할 때 급하게 나오느라 지갑을 놔두고 왔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처음에 하루에상은 아무의심없이 흔쾌히 돈을 낸다. 그러고 나서 같은 회사 건물에서 일하는 CEO(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가 사기치려는 것이 조심하라는 류의 충고를 한다. 이를 듣고는 실의에 빠진다. 그 다음 약속 장소 횟집에서 메뉴판에 가격이 없는 것에 놀라고, 시키지도 않은 메뉴를 왜 주냐며 오바한다. 과연 그가 낼지 안낼지 조바심 떨면서, 그가 멋있게 한턱 내니깐, 정말 쓰러질듯 좋아한다. 돈의 개념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자기라는 살아있는 가치를 처음으로 인정받은 기쁨을 받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것저것 사소한 면모에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허당같은 모습이 은근히 혼연일체가 되듯이 내게 공감을 준다. 이후에 과연 사랑의 큐피트는 어디로 날아갈지 궁금해 죽겠다.


또하나 볼거리는 그녀의 가족이다. 단란한 집안 환경, 호탕한 어머니, 소심하지만 진실된 사랑을 보여주는 아버지,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로 유명한 반려동물 마모루가 참 애틋하게 그려진다. 그녀의 생일날, 아버지는 딸이 텔레비전을 보며 무심코 먹고싶다던 케이크를 사온다. 들어오지 않는 딸을 거실 쇼파에 앉아서 잠을 설치며 기다린다. 아홉살 연하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적잖게 화를 내지만 결국 너무 엄하게 키워온 내 잘못이 아닌가 하며 자책하거나  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용기를 준다. 이런게 가족애인가 싶었다.


오늘 회사 그만두겠습니다.는 직장인을 사로잡는 위트있는 제목이다. 제목과 달리 달달한 로맨스이지만 가족애와 회사 업무 환경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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