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헤세 <싯다르타>
책을 읽고 있으면 이 작가가 과연 서양인인지 의문스러워 진다.
헤세가 얼마큼 불교라는 종교에 심취해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알고보니 할아버지,아버지 모두 인도학자였다고 하니
자라온 환경에서 그에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긴건 당연한 일이겠다.
싯다르타는 <데미안> 속 주인공 싱클레어가 생각났다.
싯다르타는 처음에 데미안처럼 비범한 인물로 나왔지만 자신의 인생을 통채로 시험하며 싱클레어처럼 인생을 알아간다.
그는 나의 모습으로 비춰 볼 수 있다.
지금 내 삶이 불안하고 앞길이 안개로 채워져 있기에 어떠한 길이 펼쳐지는지 모르게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이 짧지만 긴 소설은 지혜는 어떠한 말과 가르침으로 사람에게 전할 수 없기에 스스로 깨쳐가며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을 보며 삶의 지혜를 얻어간 뱃사공 바주데바의 삶이 가슴 깊은 감동을 준다.
싯타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부터 벗어나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 자기 자신을 멸각시키는 것,
자아로부터 벗어나 이제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상태로 되는 것, 마음을 텅 비운 상태에서 평정함을 얻는 것,
자기를 초탈하는 사색을 하는
가운데 경이로움에 마음을 열어놓는 것, 이것이 그의 목표였다. 만약 일체의 자아가 극복되고 사멸된다면,
만약 마음속에 있는 모든 욕망과 모든 충동이
침묵한다면, 틀림없이 궁극적인 것, 그러니까 존재 속에 있는 가장 내밀한 것, 이제 더 이상 자아가 아닌 것,
그 위대한 비밀이 눈뜨게 될 것이다. 27p
나는 아직까지 그 분처럼 바라보고, 미소짓고, 앉아 있고, 걷는 사람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어.
나도 그 분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그렇게 거룩하게,
그렇게 사람 눈에 띄지 않게, 그렇게 당당하게, 그렇게 순진무구하고 신비스럽게, 바라보고, 미소짓고, 앉아 있고,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간 사람만이 그렇게 진실하게 바라보고 걷는거야. 좋다,
나도 나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곳까지
뚫고 들어가 보도록 애써볼 터이다,
그사람 앞에 서면 시선을 떨구지 않을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을 보았어.
앞으로는 다른 어느 누구 앞에서도 나의 시선을 떨구지 않아야지.
다른 어느 누구 앞에서도 말이야. 그의 가르침도 나를 유혹하지 못하였으므로, 어떤 가르침도 나를 유혹하지는 못할거야. 5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