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cket] 유난히 눈부시던 바다, 푸껫
귀를 따끔따끔하게 할 정도로 성가시게 하는 억양을 가진 태국 언어는 그 나라를 지낸 시간만큼이나 정비례하게 정감을 준다. 꼬불거리는 글자도 처음엔 낯설지만 마냥 귀엽다. 저걸 읽고 어떻게 소통이 가능 할까 고개를 갸웃 거리며, 글자를 그림 보듯이 변화하는 규칙을 찾아본다. 거리를 자욱하게 메우는 툭툭의 연기가 내 눈을 가린다. 눈을 비비며 그 속에서 발견하는 알록달록한 색감을 가진 열대과일들과 간판들, 이국적인 그림들은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내게 태국은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곳은 다름 아닌 태국의 꽃, 푸껫이었다.
푸껫을 신혼여행자라 했던 자는 누구인가. 지친 영혼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친구와 푸껫으로 떠났다. 영화 <비치>에 나오는 그 빛나고 맑은 바다가 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피피섬을 향해 질주하던 보트 안에서 마주쳤던 파란 빛의 눈동자가 푸껫의 바다를 더 파랗게 만들었다. 푸껫의 여행은 이렇게 설레임으로 시작했다.
유난히 파랗던 그 바다에서 요동치는 파도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였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지는 고도의 파도타기는 한 평생 경험하기도 힘들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는 위험천만한 스피드보트였다. 물벼락을 맞고 나서 발을 내딘 곳은 피피섬이었다. 비가 내려 흐리고 음울한 기운을 발산했지만 바다 빛만큼은 에메랄드색으로 마냥 맑았다. 그리고 수많은 파스텔 톤의 파라솔이 나를 반겼다. 야자수 코코넛음료와 고소한 옥수수 구이를 먹으며 살갗에 스미는 추위를 견디며 여유를 즐겼다. 파라솔 아래에 누워 단 잠을 청해본다. 여기까지 온 경유를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서울 집에서 인천공항, 타이 항공을 타고 방콕을 경유해 푸껫 공항에 도착, 푸껫 파통비치에서 곡예를 하듯 움직이는 버스를 타고, 피피섬 가는 선착장까지 와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 이 한순간을 위해 온 험난한 여정이 꿈만 같았다. 반짝이는 한순간을 위해 힘든 과정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걸까.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파라솔 아래에서 바다 소리르 들었다. 요동치며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긴 사람들, 가느다란 햇살에 비추는 모래 한줌들이 모두 아름다웠다. 거기서 나는 돌을 몇 개 주었다. 먼 훗날 이 돌을 보며 이 순간을 기억하리라.
다시 파통비치로 돌아왔다. 스피드 보트를 같이 탔던 인도 사람들과 인연이되어 파통 비치의 밤 거리를 거닐었다. 소문만큼 시끄럽고 화려한 거리다. 호기심에 이끌려 스트립쇼 클럽에 들어가 본다. 몸에 한 올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움직이는 현란한 몸짓 그리고 야한 미소와 눈빛, 문화 충격이 꽤 컸다. 남자들의 욕망을 바라보고 돈의 환각에 쪄든 여자들이 보였다. 화려한 이면에 허망함에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그냥 신기했다. 그리고 거기서 제일 밉상으로 놀던 외국인 남자를 다음날 푸껫 공항에서 발견했다. 옆에는 어제는 보이지 않던 실제 연인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옆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목격하고 또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기서 나온 후 갑자기 배고픔이 밀려왔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파통비치의 밤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태국에 오면 현지 길거리에서 파는 수박주스와 파인애플 볶음밥을 꼭 먹고 싶었기에 그 것을 주문을 했다. 그리고 짙은 밤하늘에 불꽃이 피어났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바다 그리고 불꽃이 환상적이고 완벽한 조합이었다. 행복의 연속이었다. 또 광란의 밤이 펼쳐지는 어느 클럽에 갔다. 강남 스타일이 신곡으로 나온지 얼마 안된 시기였는데 푸껫에서 울려퍼지고 있으니 괜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밤을 새다시피 열심히 놀고 그날 아침에 방콕으로 슝 날아갔다.